*아카시 시점

*고전, 궁중 뭐 그러한것

*쿠로코가 아파여..., 88

*아카시 뭔가의 대단한 황제님...!!




~ 먼저가 기다리고 있거라 ~

 

붉은 매화꽃처럼 붉은 비단을 즐겨입는 그자는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매서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날에도, 사시사철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궁 안 가장 깊숙하고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 그의 도착지 였다.

 

붉은 비단, 붉은 머리, 붉은 눈 강렬한 빨강의 이미지는 감히 우러러 볼 수도 없기에 그의 이름 아카시어린 나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절대 군주란 칭호를 달고 있는 황제지만 여녀들의 소문에 의하면 그의 연인은 마치 흑과 백처럼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옅은 물가의 색이라 하더라, 무서운 어린 군주는 그자의 앞에만 서면 사랑에 빠진 길가의 청년처럼 볼을 붉힌다 하더라, 황제의 넘치는 총애를 받고 있는 그자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하더라.

 



 

짐이 왔다.”
오셨습니까, 폐하

오늘은 무슨 바람이 너에게 분거지? 안하던 폐하 소리를 다하고

그러는 폐하시야 말로 먼저 안하던 짓을 하지 아느셨습니까

 

잠시 대화가 끊기고 마치 눈싸움인 마냥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서로의 눈동자만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가득 담긴 나의 붉은빛 옅은 물가의 파란 눈빛이 나의 붉은 색으로 물든게 보기가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가날픈 그대의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가 내겐 명곡이오 가장 아름다운 새의 울음소리 같다. 그래, 그렇게 행복하게 웃어만 다오 세상 시름걱정 다 내게 맞기고 그저 마지막 까지 내 곁에서 그렇게 웃기만 해다오.

 

오늘은 꽤 늦으셨네요

어제 처리했어야 할 상소문들이 오늘에서야 와서 그것들을 처리하느라 늦었어 요즘 다시 신하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큰일이야

설마요, 아카시군을 만만하게 보다간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게 뻔한데요?”

그러게나 말이야 쿠로코 너도 아는 걸 나라의 업무를 맡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니.”

그거 정말 큰일이군요 하지만 아카시군이라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에 갑자기 감동을 주다니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였는데 말이야


쿠로코가 누워 있는 크고 화려한 침대는 속까지 좋은 것으로 만든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가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자 잠깐 침대가 출렁거렸다.

눈싸움아닌 눈싸움을 끝내고 침대에 앉자마자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우스갯소리로 불평을 토하니 뜬금없이 예쁜 말을 하니 쿠로코가 귀여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방, 아름다운 정원, 아름다운 새소리, 아름다운 나의 연인, 따뜻한 햇살과 따뜻한 내 연인의 미소 모든 것이 완벽하다. 크고 화려한 방도 네가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는구나, 우리를 방해하는 자 하나 없이 방 안에는 우리의 말소리 밖에 들리지 않으니 이곳이 바로 내 안식처요, 내 연인이 매일 나를 기다리는 곳이다.

 

그러는 쿠로코 너는 그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있었지?”

그럼요, 오늘은 무라사키바라군이 와서 예쁜 화과자도 주고 갔어요, 저기 책상 위에 올려 뒀습니다.”

그럼 나중에 시녀를 불러 차와 같이 먹도록 하지
아카시군 오늘은 이제 바쁘지 않다면 저와 같이 산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나야 물론 언제든 환영이지, 언제든 산책을 거닐고 싶거나 무언가 갖고 싶은게 있다면 근처 시녀를 통해 나를 불러라 업무 중에도 달려가도록 하지

이 나라가 오래도록 잘 살기 위해선 아카시군이 업무 중일때는 아무말도 하지 말아야 겠군요

시녀를 통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쿠로코가 원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심지어는 멀리 있어도 내 다 아니깐

저는 이렇게 가끔씩 아카시군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려는 모습에 손을 내밀자 잠시 내가 내민 손을 보더니 군말없이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 앞에 선 쿠로코의 모습을 보자 솔직히 잠시 내 눈을 의심하고 말을 잃었다.

내가 언제 한번 쿠로코의 얕은 물색의 이미지를 그리며 손수 옷감부터 모습까지 다 내가 고안하여 만든 옷은 실제로 쿠로코가 입으니 정말 천계의 선녀같은 모습이였다.

 

하늘의 맑고 푸른 색의 옷감은 쿠로코의 손을 살짝 덮고 어깨서부터 발 아래까지 이어져 허리에는 그보다 살짝 진한 허리띠가 매여 있었고 허리띠의 양 끝부터 투명하게 비치는 흰 실은 그대로 아래까지 이어졌다. 쿠로코가 나의 연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옷감의 그림은 매화 꽃으로 붉은 실로 더욱 눈에 띄었다.

 

아카시군?”

그게,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가자

 

지금 얼굴이 붉어져 있을려나? 왠지 쿠로코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서둘러 내궁 안에 마련한 정원으로 향했다. 정원사가 늘 세심하게 관리를 해서 그런지 가을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곳의 꽃과 나무들은 아직까지 푸르게 꽃을 피우고 무성한 잎들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나가자 쿠로코가 천천히 뒤따라 왔다. 오랜만에 태양을 봐서인지 쿠로코는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금방 고개를 올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쿠로코의 곁에 서 나도 같이 하늘을 올려 보고 싶었지만 왠지 지금 이 순간의 쿠로코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뭇잎의 개수, 살랑이는 바람따라 살짝씩 움직이는 쿠로코의 머리카락까지 세심하게 하나하나 관찰하며 이 모습을 온전히 기억해 둬야 한다는 내 본능이 말했다.

 

이제 하늘은 그만 감상하고 나와 걸어주지 않겠소?”

물론이죠 폐하, 저도 조금이라도 더 폐하와 함께 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불편한 말투는 언제까지 해야하지?”

아카시군이 먼저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안그러면 계속 하늘만 쳐다볼 것 같아서 그랬지

 

손깍지를 끼고 걷는 모습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서로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연인의 모습같아 왠지 웃음이 나왔다. 쿠로코가 함께 있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독 하늘이 맑고 바람이 시원한 것 같다. 옆을 바라보니 맑은 눈에 정원의 모습을 담고 있는 쿠로코가 당연하겠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당연함이 행복하고 감사해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괜히 이런일로 눈물이 나올 것 같다니그간 쿠로코와 함께 너무 돌아다니지 않았나 보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내 쿠로코와 더 많이 밖으로 나가 함께 있어야 겠다.

 

그 순간 시선을 느꼇는지 쿠로코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를 보자 살풋 웃는 쿠로코의 모습이 너무나 어여뻐 그랬다. 나의 연인, 나의 모든 것, 내 삶의 이유 너를 만나 사랑에 빠진건 분명 필연일 거야.

 

부드러운 입술이 살짝 맞닿았다. 쿠로코의 입술에선 꽃의 꿀맛이 느껴진다. 맞닿은 입술이 천천히 떼어지고 쿠로코를 바라보니 붉은 홍조를 띄우고 눈에는 창피함에 당장 고개를 돌리고 싶다는 마음이 보였지만 어쩐지 오늘따라 쿠로코는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대견하도 또 귀여워 눈꺼풀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쿠로코와 있을때는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 1초 같은 몇시간이 훌쩍 지나 태양과 구름이 있던 자리엔 달과 별들이 만개하고 있었다. 가을이 다가오는지라 밤바람이 살짝 차가워 쿠로코에게 이만 들어가자고 했지만 이정도는 괜찮다고 좀 더 밖에서 저와 있어주시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말은 물어보는 투였지만 눈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 비쳐 하는 수 없이 시종을 불러 두꺼운 외투를 걸치는 것으로 타협했다.

 

희안한 일이네, 평소 같았으면 내가 들어가자고 할 때 순순히 따르더니.”

오늘은오늘은 왠지 좀더 아카시군과 밖에서 있고 싶을 뿐입니다.”

, 그래도 밤바람이 더 차가워 지면 그땐 아무리 고집피워도 안으로 들여보낼 테니 말이야
그정도로 오래 밖에 있진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친 쿠로코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 모습이 어딘지 사라져 버릴것만 같아 나는 쿠로코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손을 잡았어도 그는 여전히 조용히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였다. 오늘따라 눈동자 넘어 보이는 그의 생각이 보이질 않아 불안은 점점더 커져만갔다. 애써 쿠로코는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쿠로코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쿠로코가 바라보는 하늘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눈을 깜박이는 사이에도 사라질것만 같아 나는 계속 쿠로코만을 바라보았다.

 

너를 처음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너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이만큼이나 흘러버렸구나.

앞으로도 너와 함께할 시간들이 기대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내 곁을 떠나지 말아라. 오늘따라 이 한마디를 내뱉기가 참으로 힘들다.

 

여전히 꽉 잡은 쿠로코의 손을 끌어 안으로 들어갈려고 했다. 쿠로코의 걸음거리가 점점 늦어지더니 의아함 반, 걱정 반으로 뒤를 돌아보니 내 손에서 쿠로코의 손이 스르르 빠지며 잔디위로 쿠로코가 쓰러졌다.

 

태의 미도리마의 말로는 병이 악화되었다며 고개를 저으며 오늘밤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미도리마의 말에 불같이 화가 나 곁에 있던 아오미네의 검을 뽑아들어 미도리마에게 다가갈려는 찰라 아오미네를 포함한 전원이 나를 붙잡으며 말렸다.

 

아카싯치 아무리 그래도 미도리맛치를 죽이면 안된다구요?!”
, 놔라 키세 누구에게 손을 대는거지?”
아카칭,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리 너라도 봐주지 않을 거야
그거 내 칼이거든?”
언제든 더 좋은걸로 바꿔주마, 그러니 놔라. 놓으라는 소리 안들려?!”

 

내 호통에도 도통 놓을생각이 없다는게 보이자 나는 애써 진정하며 숨을 골랐다. 차츰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분노는 금방 외면으로 바뀌고 외면은 다시 공포로 바뀌었다. 아주 잠깐의 시간동안 사람의 감정이 이리도 많이 바뀔 수 있다는것에 놀랄 틈도 없었다.

 

어이 미도리마. 그러지 말고 어딘가 해결책을 내놔봐, 너는 이 나라의 최고의 명의 아니야?!”

나로써도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머진 쿠로코에게 달려있어


말이 끝나자 나는 미도리마를 밀치고 쿠로코가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쿠로코는 평소보다도 더 창백해서 이젠 거의 시체처럼 보였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쿠로코의 손을 꼭 잡고 빌기라도 하듯 무릎까지 꿇어가며 애원했다.

 

쿠로코날 버리고 가지마 쿠로코, 너는 이겨낼수 있잖아, 그치? 넌 절대 나를 버리고 갈순 없어알고있잖아? ? 그러니깐 얼른 눈을 떠봐 쿠로코…‥.”

 

이런 내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하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중 아오미네가 다들 안나가고 뭐햐냐, 우리도 이만 나가자.’라고 말하자 호위병들과 시종들은 눈치를 보며 재빨리 나갔다. 키세는 , 하지만 저희도 좀더 쿠로콧치 곁에.’하고 나가기 아쉬운 행동을 보였지만 아오미네와 미도리마의 제지에 눈물 가득한 표정으로 결국 아오미네에 끌려 나갔다. 마지막으로 키세처럼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은 표정의 무라사키바라가 조용히 문을 나가면서 방 안에는 온전히 나와 쿠로코만이 남게 되었다.

 

쿠로코쿠로코제발 눈좀 떠봐…‥ ? 쿠로코 내 말이 들리지 않는거야? 눈을 뜨라니깐! 눈을 떠 쿠로코! 황제의 명이다 당장 눈을 떠 내 앞에 스거라! 쿠로코! 제발쿠로코 제발.”

 

애원도 해보고 호통도 쳐보지만 쿠로코의 눈은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나 두려운 적은 처음이다. 공포가 내 이성을 차근차근 갉아먹고 있을 그 때였다. 힘없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멍한 쿠로코의 눈이 떠졌다.

 

나는 다시 쿠로코가 눈을 감을까 쿠로코의 이름을 부르며 손이 부러질 만큼 쿠로코의 손을 꽉 잡았다. 자신의 이름에 쿠로코가 내 쪽을 바라보자 처음엔 내 모습에 잠깐 놀라더니 이내 나를 안정시키기 라도 하듯 힘없이 애써 웃음을 보였다. 웃음엔 힘이 전혀 없어 이상한 모습이였지만 내 눈에는 그 모습마저도 너무나 어여쁘게만 보였다. 아니, 그 보잘 것 없는 웃음에도 나는 안심과 위안마저도 얻었다.

 

아카

그래, 쿠로코 나야 괜찮아? 오늘밤만 버티면 되 쿠로코 물이라도 가져다 줄까? 불편한데는 있고?”
말이 너무 많습니다아카시군
그래, 쿠로코 괜찮아 다 괜찮아 질 거야. 오늘밤만 넘기면 내일당장 같이 거리의 시장을 둘러보자 하루종일 궁 밖에서 있는거야

그거 좋네요

그래, 그렇지? 그러니깐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줘, 너의 그 모습은 심장에 안좋아

아카시군 답지 않네요

오직 너 때문에 그러는 거니깐 그러니깐 빨리 낮기나 해

죄송합니다 아카시군

쿠로코? 그런말 하지마 쿠로코쿠로코! 제발, 그러지마, 나만 두고 가지마 쿠로코 제발부탁이니깐…‥.”

괜찮습니다. 잠깐 이에요 아주 잠깐. 그러니깐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깐. 아카시군, 부디 주변사람들 너무 괴롭히지 마시고. 남은생 행복히 다 쓰고 오세요. 제대로 기다리고 있을테니깐고맙습니다아카시군…‥.”

 

다시 잠이 들 듯 연인의 눈이 감기고 깊게 숙인 고개 아래로 겨울 눈송이 보다 찬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아직도 꼭 잡고있는 연인의 손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어. 금방이라도 다시 눈을 뜨며 아카시군하며 웃어줄것만 같아 조용히 쿠로코의 이름을 계속 불러보지만, 먼저 가서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 연인은 이미 닿을 수 없는 멀디 먼 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그래. 먼저가서 기라고 있어라, 네 말대로 내 남은생 즐겁게 보내다 갈테니깐 반드시 마중 나오고. 다음생에 다시 만나자쿠로코.”

 


추운 겨울이 찾아오는 밤 붉은 황제 아카시의 단 하나뿐인 물빛의 연인 쿠로코가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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